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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2 통화량'만 보면 안 된다: 'M1, M3 격차'가 알리는 유동성 함정과 경제 침체

통화량 지표 간 괴리와 거시경제 침체 상관관계 및 실증 분석

통화량 지표 간 괴리와 거시경제 침체 상관관계 및 실증 분석

서론: 통화량 지표 간 괴리의 거시경제적 본질과 연구의 당위성

거시경제 분석 및 통화 정책의 수립에 있어 통화량은 실물 경제의 활동성과 금융 시스템의 신용 창출 능력을 가늠하는 가장 본질적인 지표이다. 전통적으로 중앙은행과 시장 참여자들은 단순한 통화량의 절대적 증가 여부에 주목하여 경제의 유동성 환경을 평가해 왔다. 그러나 거시경제의 구조적 변곡점이나 치명적인 경기 침체의 전조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시중에 풀린 돈의 총량을 넘어, 각기 다른 유동성 속성을 지닌 통화 지표(M1, M2, M3 등) 간의 '격차(Divergence)' 또는 괴리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현대 금융 시스템에서 통화 지표는 유동성의 성격과 지불 결제의 용이성에 따라 엄격하게 계층화된다. 협의통화(M1)는 현금통화,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등 즉각적인 결제와 소비에 사용될 수 있는 실질 구매력을 나타낸다. 반면, 광의통화(M2)는 M1에 2년 미만 정기예적금, 시장형 상품, 머니마켓펀드(MMF), 금전신탁 등 단기 저축성 자산이 더해진 잠재적 구매력을 의미한다. 나아가 총통화(M3) 또는 금융기관 유동성(Lf)은 M2에 2년 이상 장기 금융상품 및 생명보험회사 등 비예금취급기관이 발행한 금융상품까지 포괄하여 신용 시장 및 금융 시스템 전체의 거시적 유동성을 대변한다. 이러한 개별 통화 지표들의 그래프 간격이 역사적 평균 추세를 벗어나 급격히 확대되거나 축소되는 현상은 경제 내 자금의 질적 대이동(Liquidity Shift)이 발생하고 있음을 강력하게 암시한다.

역사적으로 통화 지표 간의 괴리는 실물 경제의 화폐 유통 속도(Velocity of Money) 둔화나 상업은행의 신용 창출(Credit Creation) 시스템 마비를 나타내는 강력한 선행 지표로 작동해 왔다. 특정 금융 상품에 자금이 쏠리거나 실물 부문으로 유동성이 파급되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할 때, 거시경제는 겉보기에는 유동성이 풍부해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깊은 신용 경색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과거 글로벌 경제 침체 국면에서 나타난 통화량 격차의 거시경제적 메커니즘과 역사적 실증 사례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더불어 단순 합산 통화 지표가 지니는 경제 이론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비지아(Divisia) 통화 지표의 유용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한국 경제가 직면한 유동성 지표의 왜곡 현상을 진단하고, 통화량 격차와 경제 침체 간의 상관관계를 엄밀하게 규명하기 위한 고도화된 계량경제학적 연구 계획을 수립한다.

통화 지표 괴리를 유발하는 거시경제적 메커니즘과 유동성 대이동

통화 지표 간의 간격 변화는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 금융 당국의 규제 환경, 그리고 시장 참여자들의 위험 선호도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빚어낸 결과물이다. 거시경제적 메커니즘 관점에서 통화 지표의 괴리는 크게 두 가지 상반된 패턴으로 나타나며, 이들은 각각 다른 형태의 경제적 충격을 예고한다.

첫 번째 메커니즘은 고금리 정책과 기회비용 상승에 따른 결제성 자금의 축소 및 저축성 자금의 상대적 팽창이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전개할 때, 시장 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한다. 이때 이자를 전혀 지급하지 않거나 매우 낮은 이율만을 제공하는 현금 및 요구불예금(M1)을 보유하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은 경제 주체들에게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합리적인 경제 주체들은 즉각적인 소비나 투자를 유보하고, 고금리를 향유할 수 있는 정기예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 MMF 등으로 자금을 대거 이동시킨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거시적 규모로 발생하면 M1의 증가율은 급격히 둔화되거나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반면, 저축성 상품을 폭넓게 포함하는 M2나 M3는 팽창하거나 기존의 증가 추세를 유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M2 - M1) 또는 (M3 - M1)의 간격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되는 괴리 현상이 발생한다. 이는 실물 경제에서 당장 재화나 서비스의 거래에 사용되어야 할 결제성 유동성이 금융 시스템 내부에 이자 수취를 목적으로 단기적으로 '잠김(Lock-in)' 상태가 됨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화폐 유통 속도가 급감하고 기업의 매출과 가계의 소비가 타격을 입으면서 실물 경기는 가파르게 냉각되며, 이는 종종 실물 경제의 깊은 침체로 이어진다.

두 번째 메커니즘은 극심한 금융 시스템 불안과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따른 M1의 비대화 및 광의통화의 수축 현상이다. 자산 버블이 붕괴하거나 금융 위기가 촉발된 직후, 중앙은행은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급격히 인하하고 본원통화(M0)를 시장에 대규모로 공급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한다. 이로 인해 중앙은행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본원통화와 이에 즉각적으로 연동되는 현금성 자산인 M1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그러나 실물 경제의 펀더멘털이 훼손되고 극도의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상업은행들은 부실 대출에 대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대출 심사 기준을 극도로 강화하고 자본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디레버리징(De-leveraging)에 돌입한다. 가계와 기업 역시 부채를 상환하고 현금을 확보하려는 예비적 화폐 수요(Precautionary demand)에 집중하면서 신규 투자를 기피한다. 결과적으로 상업은행의 고유 기능인 신용 창출(Credit Creation) 메커니즘이 마비되어 중앙은행이 쏟아부은 본원통화가 M2나 Lf(M3)와 같은 광의의 유동성으로 파급되지 못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게 된다. 통화승수(Money Multiplier)와 신용승수(Credit Multiplier)가 붕괴하면서 M1의 그래프는 수직 상승하지만, 신용 창출을 기반으로 하는 M2와 M3 그래프는 둔화하거나 오히려 하락하여 지표 간 간격이 축소되거나 역전되는 대괴리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통화 정책의 파급 경로가 훼손되었음을 의미하며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경제 침체 국면의 전형적인 징후로 해석된다.

역사적 실증 사례: 통화량 괴리가 예고한 구조적 경제 침체

과거 수십 년간 글로벌 경제가 겪어온 위기 및 침체 국면을 면밀히 분석하면, 앞서 이론적으로 고찰한 통화 지표 간의 괴리 현상이 공통적으로 그리고 뚜렷하게 관찰된다. 각 국면은 당시의 금융 규제 환경, 통화 정책 기조, 그리고 시장의 구조적 특성에 따라 독특한 형태의 유동성 이동을 유발하며 심각한 거시경제적 후폭풍을 동반했다.

1979-1982년 폴 볼커의 긴축 정책: 팽창하는 M2에 대한 착시와 긴축 연장 ($M1 \downarrow \ll M2 \uparrow$)

고금리로 인해 결제성 유동성인 M1은 수축하는 반면 저축성 자산으로 자금이 쏠리며 M2가 크게 팽창하는 극단적 괴리($M1 \downarrow \ll M2 \uparrow$)가 발생했으나, 정책 당국이 이러한 특정 광의 통화 지표의 일시적 팽창을 경제 내 유동성 완충력이 충분한 것으로 오판하여 긴축을 무리하게 연장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1970년대 후반 미국 경제는 이른바 '대인플레이션(Great Inflation)' 시대의 정점에 서 있었다. 1979년 10월 6일,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취임한 연방준비제도(Fed)의 폴 볼커(Paul Volcker)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통화 정책의 운영 체제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충격적인 조치를 발표했다. 연준은 기존에 미세 조정하던 연방기금금리 타겟팅 방식을 포기하고, 통화량(비차입지불준비금)을 직접 통제하는 새로운 운영 절차를 도입했다. 이와 함께 연방기금금리의 변동 허용 범위를 기존 50bp(11.25% ~ 11.75%)에서 무려 400bp(11.5% ~ 15.5%)로 대폭 확대하였고, 이후 금리는 1980년과 1981년에 걸쳐 2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 시기 미국의 유동성 지표에 전례 없는 대괴리를 유발하고 경제 침체의 골을 깊게 만든 핵심적인 구조적 요인은 '레귤레이션 Q(Regulation Q)'라는 예금 금리 상한 규제 법안이었다. 당시 상업은행이 취급하는 저축성 예금과 소액 정기예금의 명목 금리는 레귤레이션 Q에 의해 6% 이하로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었다. 연방기금금리가 12%를 초과하고 물가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인플레이션 소용돌이 속에서, 예금 금리가 통제됨에 따라 저축성 예금의 실질 금리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1979년에는 -5.8%라는 극단적인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학계의 실증 분석에 따르면, 이러한 예금 금리 규제로 인해 당시 예금자들이 감수해야 했던 연간 기회비용은 개인 소비의 약 4%(1979년 2분기 기준)에 달할 정도로 막대했다.

이러한 규제적 억압과 살인적인 금리 인상이 맞물리자, 경제 주체들은 이자가 묶여 막대한 손실을 강요당하는 현금성 결제 계좌(M1)와 규제 대상 예금에서 자금을 대거 인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리 상한 규제를 받지 않아 시장 고금리를 고스란히 반영할 수 있었던 MMF(머니마켓펀드) 등 새로운 규제 회피성 단기 금융 상품으로 자금을 맹렬하게 이동시켰다. 이른바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로 불리는 이 현상으로 인해 시중 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은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결과적으로 M1 증가율은 문자 그대로 붕괴하였고, 고금리 대체 상품이 편입된 M2 및 M3와의 그래프 간격은 극단적으로 벌어졌다. 당시 연준은 M1, M2, M3 등 다수의 통화 지표에 대해 각각 다른 목표 범위를 설정하는 모순적인 정책을 운용했다. M1이 수축하는 와중에 특정 광의 통화 지표의 일시적인 팽창을 유동성 완충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오판한 연준은 강력한 긴축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결국 실물 경제에서 자금이 돌지 않는 화폐 유통 속도의 붕괴와 극심한 신용 위축이 중첩되면서, 미국 경제는 1980년에 이어 1981-1982년에 걸쳐 실업률이 치솟는 가혹한 이중 경기 침체(Double-dip Recession)를 겪어야만 했다.

1990년대 초 일본의 버블 붕괴: 본원통화 팽창에도 신용 창출이 마비된 유동성 함정 ($M1 \uparrow \gg M2 \rightarrow$)

중앙은행의 대규모 본원통화 공급으로 M1은 폭발적으로 상승했으나, 상업은행의 극심한 디레버리징으로 인해 광의 통화인 M2 및 대출 지표는 횡보하거나 수축하는 역괴리($M1 \uparrow \gg M2 \rightarrow$)가 발생했으며, 본원통화 확대만으로는 붕괴된 신용 승수를 복구할 수 없음을 증명한 시기이다.

1980년대 후반 플라자 합의 이후 저금리 기조 속에서 팽창했던 일본의 자산 버블 시기에는, 부동산과 주식 투기를 지원하기 위해 상업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권 금융기관을 통한 신용 팽창이 극에 달했다. 당시 거시 경제의 신용 팽창 속도를 반영하는 M3 및 광의 유동성(L) 그래프는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M1 대비 가파르게 이격되며 상승 곡선을 그렸다.

그러나 1989년 자산 버블이 정점을 찍고 1990년 이후 일본 은행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대출 총량 규제가 시행되자, 자산 가격이 붕괴하면서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Non-Performing Loans, NPL)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극도의 공포에 질린 금융기관들은 자본 건전성을 방어하기 위해 신규 대출을 전면 중단하고 기존 대출금마저 회수하는 가혹한 신용 경색(Credit Crunch)에 돌입했다.

침체의 늪이 깊어지자 일본은행(BOJ)은 1991년 여름부터 콜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하여 1995년 여름에는 0.5% 미만으로 낮추었고, 1999년에는 사실상의 제로 금리 정책을, 2001년 3월에는 전례 없는 양적완화 정책(Quantitative Easing Policy, QEP)을 도입하여 시장에 막대한 본원통화를 쏟아부었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의 공급에 직접 연동되는 M1과 본원통화는 유례없는 폭발적 팽창을 기록했다.

그러나 막대한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실물 경제의 투자와 소비는 철저히 얼어붙었다. 알바레즈, 앳킨슨, 에드먼드(2009)의 재고 모형(Inventory model of money demand)을 일본 경제에 응용한 심층 연구에 따르면, 은행 위기로 인해 시중의 신용 서비스 공급이 중단되면서 가계와 기업이 직면한 유동성 요구량(Liquidity requirement)은 급격히 치솟았다. 미래의 신용 경색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자, 경제 주체들은 소비를 줄이고 지불 수단으로서의 화폐(현금)를 필사적으로 축장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화폐 유통 속도는 붕괴했고, 통상적으로 일치해야 할 통화승수(M2/본원통화)와 신용승수(Credit Multiplier, 은행대출/본원통화) 간의 장기 균형 관계가 완전히 파탄 났다. M1은 비대해지지만 상업은행의 신용 창출 기능이 정지되면서 M2나 광의 신용 지표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 중앙은행과 실물 경제 간의 단절 현상이 고착화되었다. 이는 M1과 M2/M3 간의 침체형 간격 축소 현상이 실물 경제의 전반적인 가격 하락(디플레이션)과 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잃어버린 30년'의 서막을 알리는 가장 명확한 유동성 시그널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폭증하는 M1과 붕괴하는 광의 신용 지표 간의 방향성 대괴리 ($M1 \uparrow \gg M3/M4 \downarrow$)

각국 중앙은행의 공격적인 양적완화로 결제성 자금인 M1은 수직 상승한 반면, 그림자 금융이 붕괴되면서 장기 신용을 포괄하는 총통화 지표(M3, M4)는 곤두박질치는 방향성의 대괴리($M1 \uparrow \gg M3/M4 \downarrow$)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으며, 거시경제학의 교환 방정식($MV=PY$)이나 단순 M1/M2 관찰만으로는 시스템 붕괴를 선제적으로 감지할 수 없다는 치명적 오류를 증명했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역시 통화 지표의 대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다. 기존 주류 거시경제학의 근간이었던 교환 방정식($MV = PY$)은 이 시기 극심한 화폐 유통 속도(V)의 하락을 예측하지 못해 심각한 오류를 노출했다.

위기 직후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전면적 붕괴를 막기 위해 미국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본원통화(M0)를 유례없는 속도로 발행하며 시장을 구제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현금 및 결제성 예금인 M1의 급격한 수직 상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이 시기 금융 시스템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던 자산유동화증권(MBS) 및 신용 파생상품 기반의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 시장은 투자자들의 불신과 자산 가치 폭락에 따른 마진콜(Margin call)로 인해 처참하게 붕괴하고 있었다.

금융기관들은 파산을 면하기 위해 극한의 디레버리징을 단행했고, 이로 인해 은행 간 대출 시장이 마비되면서 그림자 금융과 장기 신용 상품을 광범위하게 포함하는 M3(또는 M4 등 광의 유동성) 및 민간 생성 통화량은 거세게 수축했다.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M1 그래프는 폭등하는 반면, 실물 경제의 자금 조달과 밀접한 광의 유동성 및 신용 지표는 곤두박질치는 방향성의 대괴리(Divergence)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었다.

이 위기는 경제 모형에 상업은행의 신용 창출 과정이나 채무 불이행(Default)에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던 기존 거시경제 이론의 맹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통적인 이자율 타겟팅이나 단순 M1, M2의 총량 합산 모니터링만으로는 신용 시스템 내부에서 벌어지는 붕괴를 선제적으로 감지할 수 없음을 증명한 중대한 계기였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규제 완화로 인한 통계적 착시와 M1의 행정적 폭등 ($M2_{\text{savings}} \rightarrow M1$)

연준의 레귤레이션 D 규제 완화로 인해 기존 M2에 묶여 있던 거대한 규모의 저축성 예금이 M1으로 일괄 재분류되면서, 실제 유동성 창출 없이 M1만 폭등($M2_{\text{savings}} \rightarrow M1$)하는 통계적 착시가 발생했으며, 이를 지표 구성의 구조적 단절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거시경제적 호황 시그널로 오해할 뻔한 극적인 사례이다.

가장 최근인 2020년 5월, 통화 지표의 괴리 현상은 규제 환경의 행정적 변화가 통계적 지표를 어떻게 극단적으로 왜곡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적인 사례를 제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직후 글로벌 금융 시장이 패닉에 빠지자, 미국 연준은 시장의 유동성 경색을 해소하고 가계와 기업의 긴급 자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레귤레이션 D(Regulation D)'를 전격적으로 개정했다.

이전까지 미국의 금융 규제인 레귤레이션 D는 지불준비금 부과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요구불예금(Transaction accounts)과 저축성 예금(Savings deposits)을 엄격히 구분했다. 특히 저축성 예금에 대해서는 월 6회로 인출 및 이체를 제한(Six-convenient transfer limit)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2020년 3월 연준이 은행의 지불준비율을 0%로 완전히 인하함에 따라 두 계좌를 구분할 규제적 실익이 사라졌다. 이에 연준은 2020년 4월 24일부로 저축성 예금의 월 6회 인출 제한 규제를 전면 철폐하는 잠정 최종 규칙(Interim final rule)을 발표했다.

이러한 규제 완화의 여파로 예금자 입장에서는 저축성 예금과 요구불예금 간의 유동성 차이가 사실상 사라지게 되었다. 통계 편제상으로도 연준은 2020년 5월 데이터를 기점으로 기존에 M2의 비M1(Non-M1) 항목으로 분류되던 막대한 규모의 저축성 예금을 모조리 M1 산하의 '기타 유동성 예금(Other liquid deposits)'으로 재분류하여 편입시켰다.

그 결과 2020년 5월을 기점으로 미국의 M1 지표는 마치 거대한 유동성 폭발이 일어난 것처럼 비정상적인 수직 상승(Spike)을 기록했다. 그러나 전체 M2 총량의 성장률 추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즉, M1의 급증은 실물 경제에서 거래 목적의 화폐 수요가 급증해서 발생한 경제적 실질의 변화가 아니라, M2 내부에 있던 자금이 규제 완화로 인해 M1으로 통계적 분류만 바뀐 행정적 착시 현상에 불과했다.

이 사건은 단순히 M1과 M2의 그래프 간격이 축소되거나 역전되었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경제적 충격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며, 그 기저에 깔려 있는 규제 환경의 구조적 단절(Structural Break)과 구성 항목의 재분류를 반드시 통제하고 분석해야 함을 거시경제 연구자들에게 시사한다.

한국 경제의 유동성 현황과 통화 지표의 구조적 변화

글로벌 경제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현재 한국 경제가 보여주는 통화 지표의 구조적 변화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중대한 시그널을 발산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장기간에 걸쳐 화폐 유통 속도의 하락과 신용 창출 기능의 둔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의 가파른 금리 인상 국면에서 뚜렷한 유동성 괴리(Liquidity Shift)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지표 / 기준 시기 2019년 (19대 국회 연평균) 2021년 (팬데믹 대응 완화기) 2022년 (금리 인상 본격화) 2023년 (최근 연평균) 2026년 최근 데이터
통화승수 (M2 / 본원통화, 배) 15.7 14.3 14.1 14.7 13.5 (2026.05 평잔 기준)
화폐유통속도 (명목GDP / M2) 0.68 0.61 0.58 0.58 데이터 정체 중
한국은행 기준금리 (%) 1.25 (연말) 1.00 (연말) 3.25 (연말) 3.50 (연말) 2.75 (2026.07 인상 기준)
M2 총량 (십억 원) - - - - 4,186,152.20 (2026.05 기준)

데이터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무역경제 및 국회 자료 종합 재구성.

위 표에서 확인되듯, 한국의 통화승수는 2010년대 초중반 20배를 상회하던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였으며, 2026년 5월 기준으로는 13.5배 수준까지 추락했다. 명목 GDP를 M2로 나눈 화폐유통속도 역시 2019년 0.68에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2023년 0.58까지 하락한 뒤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원통화 대비 광의통화의 배율인 통화승수와 화폐유통속도의 동반 하락은, 한국은행이 공급한 본원통화가 시중 은행의 대출을 통한 신용 창출 과정으로 원활하게 파급되지 못하고 있음을 수치로 증명한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실물 경제의 설비 투자나 가계의 내수 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금융 시스템 내부의 자산 시장에만 머물러 있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특히 2022년부터 본격화된 인플레이션 대응 목적의 금리 인상 사이클 속에서, 한국은행은 2026년 7월 금융통화위원회를 통해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하여 2.75%로 상향 조정했다.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과 환율 방어, 가계부채 증가세를 제어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고금리 환경의 장기화는 한국의 통화 지표에 심각한 왜곡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2026년 5월 한국의 광의통화(M2) 평균 잔액은 4,184.4조 원(4,186,152.20십억 원)으로 전월 대비 32.2조 원(0.8%), 전년 동월 대비 5.9%나 증가했다. 수익증권을 포함하는 옛 통계 기준의 M2는 무려 전년 동월 대비 11.7% 증가율을 기록하며 2022년 이후 최고의 팽창을 보였다.

이러한 표면적인 유동성 증가를 주도한 것은 실물 투자가 아닌 고금리 수취 목적의 자금 이동이었다. 인공지능(AI) 수요 폭발 등에 힘입은 반도체 수출 호조로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벌어들였으나, 이 자금은 설비 투자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고 2년 미만 정기예금, 금전신탁 등 이자부 수익성 금융 상품으로 대거 유입되었다. 반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보유 예금은 오히려 19조 원 감소하는 등, 주식 시장이나 고금리 상품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면서 당장 소비할 수 있는 결제성 계좌(M1)의 유동성은 메말라가고 있다.

과거의 실증 사례와 거시경제 이론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M2 및 단기 수익성 자산의 증가 vs M1 결제성 자금의 정체 및 수축) 간격 확대 현상을 단순히 '시중 유동성이 매우 풍부하여 경제가 호조를 띄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치명적인 정책적 오판을 부를 수 있다. 이자부 자산으로 자금이 집중되고 화폐유통속도가 사상 최저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은 실물 경제의 모세혈관으로 흘러 들어가야 할 거래성 유동성이 고갈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는 시차를 두고 실물 경기의 급랭, 내수 침체, 영세 한계 기업들의 신용 리스크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단순 합산 통화 지표의 이론적 결함과 디비지아(Divisia) 지표의 도입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들은 M1, M2, M3(한국의 경우 Lf)와 같이 각 금융 자산의 명목 금액을 단순하게 더하는 단순 합산(Simple Sum) 방식을 통해 공식적인 통화량을 집계하고 발표해 왔다. 그러나 이 방식은 현대 거시경제학과 통계적 지수 이론 관점에서 치명적이고 근본적인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단순 합산 방식의 내부 모순과 바넷 비판(Barnett Critique)

단순 합산 방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성 항목 간의 '완벽한 대체성(Perfect Substitutability)'을 기계적으로 가정한다는 데 있다. 이 방식에 따르면 이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지만 즉시 결제가 가능한 1,000만 원짜리 현금 다발과, 높은 이자를 지급하지만 만기 전 해지 시 페널티를 물어야 하는 1,000만 원짜리 정기예금 증서가 경제 내에서 완벽하게 동일한 유동성(Moneyness)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가정하여 1:1의 비율로 합산된다.

경제학자 윌리엄 바넷(William A. Barnett)은 이러한 단순 합산 방식이 통계학의 기본 원리와 미시경제학의 소비자 선택 이론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점을 수학적으로 증명하였으며, 학계는 이를 '바넷 비판(Barnett Critique)'이라 명명했다. 금융 규제가 완화되고 혁신적인 금융 상품이 쏟아져 나오는 현대 경제에서, 현금이 제공하는 압도적인 유동성 프리미엄과 정기예금이 제공하는 이자 수익을 동일 선상에서 단순 합산하는 것은 화폐 수요 함수(Money Demand Function)의 극심한 불안정성을 초래하며, 정책 입안자들에게 왜곡된 거시경제 시그널을 전달하여 정책 실패를 유발한다.

굿하트의 법칙과 루카스 비판의 교훈

단순 합산 통화 지표의 오류는 경제학의 유명한 격언인 '굿하트의 법칙(Goodhart's Law)'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가 설파한 이 법칙은 "어떤 관측 가능한 통계적 규칙성이나 지표가 거시 경제 정책의 통제 목표로 설정되는 순간, 사람들의 행동 변화로 인해 그 규칙성은 붕괴하고 지표는 본연의 정보 가치를 상실한다"는 개념이다.

1970년대 후반과 1980년대, 미국 연준과 영란은행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프리드먼의 통화주의 이론에 입각하여 단순 합산 M1이나 M2의 증가율을 특정 밴드 내에서 엄격하게 통제(Monetary Targeting)하려는 이른바 '통화론적 실험'을 강행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지표를 통제하기 시작하자, 금융기관들은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유동성 상품을 창조해 냈고, 경제 주체들은 규제 대상이 아닌 자산으로 자금을 피신시켰다. 그 결과 목표로 삼은 단순 통화 지표와 실물 경제(명목 GDP 성장률, 물가 상승률) 간의 안정적이었던 연결 고리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화폐 유통 속도가 내생적으로 요동치면서 화폐 수요 함수가 극도로 불안정해졌고, 통화 정책 당국은 지표의 오도에 속아 심각한 경기 침체를 유발하거나 인플레이션 제어에 실패하는 오류를 범했다.

이는 정책 변경에 따라 경제 주체들의 기대와 행동 방정식이 달라지므로 과거의 통계적 관계를 이용해 정책 효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루카스 비판(Lucas Critique)'과도 궤를 같이하는 중대한 거시경제적 교훈이다. 단순 합산 지표는 구조적 변화(Structural Break)를 전혀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비판에 극도로 취약하다.

통계적 한계를 극복하는 과학적 측정 도구: 디비지아(Divisia) 통화 지표

단순 합산 방식의 원시성과 화폐 수요의 불안정성을 과학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제안된 해법이 바로 '디비지아(Divisia) 통화 지표'이다. 디비지아 지표는 통계학의 지수 이론(Index Number Theory)과 미시경제학의 약분리성(Weak Separability) 가정을 결합하여, 경제 내 다수의 금융 자산들이 제공하는 실질적인 '유동성 서비스'의 양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디비지아 모델에서 각 금융 자산은 1:1로 더해지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의 높고 낮음에 따라 철저히 차등화된 가중치(Weights)를 부여받는다. 가중치 산정의 핵심 수학적 개념은 '사용자 비용(User Cost)'이다. 특정 금융 자산 $i$ 의 $t$ 시점 사용자 비용 $p_{it}$는, 시장에서 유동성 프리미엄이 전혀 없고 오로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만 작용하여 가장 높은 이자율을 지급하는 벤치마크 자산의 금리($R_t$)와, 측정하고자 하는 대상 자산의 수익률($r_{it}$) 간의 기회비용 차이로 정의된다.

사용자 비용 수식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p_{it} = \frac{R_t - r_{it}}{1 + R_t}$

즉, 이자를 전혀 지급하지 않는 현금이나 요구불예금은 벤치마크 금리와의 차이($R_t - 0$)가 최대이므로 사용자 비용(기회비용)이 가장 크고, 이는 곧 해당 자산이 제공하는 유동성 서비스 가치가 가장 높다는 것을 의미하여 디비지아 지수 산출 시 가장 높은 가중치를 받게 된다. 반면 벤치마크 금리에 육박하는 이자를 지급하는 장기 정기예금 등은 유동성 가치가 매우 낮다고 판단되어 합산 시 미미한 가중치만을 부여받는다.

이산 시간(Discrete time) 구조에서 디비지아 지수 $D_t$ 의 성장률은 토른크비스트-타일(Törnqvist-Theil) 근사식을 적용하여 다음과 같이 산출된다: $\ln D_t - \ln D_{t-1} = \sum_{i} s_{it}^* (\ln M_{it} - \ln M_{it-1})$ 여기서 $s_{it}^*$ 는 해당 자산이 전체 유동성 서비스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용 비중(Expenditure share)의 양 기간 평균값이다.

이러한 정교한 모델링을 통해 산출된 디비지아 지표는 단순 합산 지표에서는 포착되지 않던 거시경제의 심층적인 균열을 족집게처럼 찾아낸다. 예를 들어, 2008년 미국 글로벌 금융위기 진입 무렵, 단순 합산 M2 지표는 완만하게 상승하며 유동성 환경이 안정적이라는 거짓 위안을 주었으나, 넒은 범위의 금융 자산 유동성을 정밀하게 가중 평가한 디비지아 M4 지표는 이미 심각한 수축(Contraction) 상태에 빠져 위기를 강력히 경고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디비지아 통화 지표의 우월성이 미국(CFS 데이터베이스 등)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싱가포르, 한국 등 아시아 신흥 산업국(Asian Tigers)에서도 광범위하게 실증되고 있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경우, 규제 변화와 혁신 금융 상품이 빈발하는 환경 속에서 단순 합산 M2나 Lf 지표는 인플레이션 트렌드나 명목 GDP 성장률을 설명하는 데 실패한 반면, 디비지아 지표(특히 협의 통화에 대한 디비지아 모델)는 경제 충격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며 거시 경제 변동성을 탁월하게 설명하고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 등의 자체 연구 보고서들조차 단순 M2보다 디비지아 D2(M2 기반 디비지아 지수)가 실물 경제 성장률 및 인플레이션과 훨씬 강력하고 안정적인 장기 균형 인과관계를 가짐을 인정하고 있다.

수익률 곡선 역전과 통화 지표 괴리를 결합한 침체 예측 모델 확장

장단기 금리차 역전(Yield Curve Inversion, 예를 들어 10년물 국고채 금리가 2년물 혹은 3개월물 금리를 하회하는 현상)은 전통적으로 경제 침체를 예측하는 가장 신뢰성 높은 금융 지표 중 하나로 평가받아 왔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에스트렐라와 미시킨(Estrella and Mishkin, 1998)이 제안한 Probit 모형은 이러한 장단기 금리차 변수 하나만을 사용하여 향후 12~24개월 내 경제 침체가 발생할 확률을 산출하는 고전적이고 강력한 도구이다.

그러나 최근의 금융 환경에서는 각국 중앙은행의 막대한 국채 매입(양적완화)이나 규제 목적의 채권 수요 등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이 극심해지면서, 순수하게 시장의 기대만을 반영해야 할 장기 금리가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이에 따라 장단기 금리차 단일 변수만으로는 침체 예측의 정확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학계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모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바넷의 디비지아 문헌 연구를 발전시켜 장단기 수익률 차이(Yield Spread)에 '사용자 비용 격차(User Cost Spread)'라는 개념을 결합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제시되고 있다. 여기서 사용자 비용 격차란, 디비지아 지수 산출에 사용되는 장기 채권의 사용자 비용과 단기 채권의 사용자 비용 간의 차이를 뜻하며, 이는 시장 내 유동성 선호도와 자산별 리스크 프리미엄의 구조적 붕괴 여부를 훨씬 더 입체적으로 포착한다.

확장된 Probit 모형은 단순 금리 역전 현상뿐만 아니라, 앞서 고찰한 M1 결제 자금의 고갈과 M2 저축성 자산으로의 쏠림 현상 등 통화 지표의 유동성 성격이 구조적으로 붕괴하는 상황을 변수로 편입시킨다. 실증 연구 결과, 종속변수로 침체 발생 확률을 두고 기존의 장단기 수익률 차이 변수 외에 디비지아 기반의 사용자 비용 격차 변수를 추가한 모델은, 경제 침체의 시그널을 필터링하고 예측 설명력(Pseudo R-squared)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으로 증명되었다.

통화량 격차와 경제 침체 상관관계 규명을 위한 종합 연구 계획 (Research Plan)

지금까지 고찰한 통화 지표 괴리의 거시경제적 메커니즘, 글로벌 실증 사례, 단순 합산 지표의 이론적 맹점, 그리고 디비지아 지수 및 첨단 예측 모델의 이론적 기초를 바탕으로, 한국 경제의 특수성을 반영한 '통화량 격차와 경제 침체 간 인과관계 규명'을 위한 포괄적이고 고도화된 연구 계획을 다음과 같이 수립한다.

1. 연구의 필요성 및 목적

최근 국내외 경제는 가파른 금리 인상 사이클을 통과한 이후, 끈적한 인플레이션과 내수 침체의 기로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ECOS 통계가 여실히 보여주듯, 광의 통화량은 계속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화폐유통속도는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으며, 통화승수 역시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신용 매커니즘의 경색을 경고하고 있다. 본 연구의 목적은 과거 역사적 침체기에서 예외 없이 관찰되었던 '통화 지표 간의 극단적 발산 및 괴리(M1-M2/M3 격차 확대)'가 현재 한국 경제에서도 유의미하고 파괴적인 경기 침체의 선행 시그널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엄밀한 계량경제학적 기법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론적 결함이 입증된 단순 합산 지표 분석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금융시장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한국형 디비지아(Divisia) 통화 지표를 구축하여 분석의 정합성을 극대화한다.

2. 연구 질문 및 주요 검증 가설

본 연구는 다음 세 가지의 핵심 가설을 순차적으로 검증한다.

  • 가설 1 (기초 검증): 한국 경제에서 전통적인 단순 합산 (M2 - M1) 격차의 확대 현상과 통화승수의 추세적 하락은 시차를 두고 실물 경제 지표(명목 GDP, 산업생산지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둔화 및 하락을 유의미하게 선행한다.
  • 가설 2 (지표 간 우월성 비교): 단순 합산 방식의 통화 지표보다 경제 주체의 유동성 기회비용을 정밀하게 가중 평가한 한국형 디비지아 통화 지표(Divisia M1, M2, Lf)의 증감률이 한국의 인플레이션 변동 및 거시경제 침체 여부를 예측하는 데 있어 통계적으로 훨씬 높은 설명력과 예측력(Goodness of fit)을 갖는다.
  • 가설 3 (침체 예측 모형 고도화): 전통적인 국고채 장단기 금리차(Yield Curve Spread) 역전 현상에 디비지아 지수 기반의 사용자 비용 격차(User Cost Spread) 변수를 결합한 다변량 Probit 경제 침체 예측 모형은 단일 금리차 변수 모형보다 12~24개월 선행 침체 확률 예측의 정확도를 현저히 개선한다.

3. 데이터 수집 전략 및 주요 변수 설정

  • 분석 대상 국가 및 시계열: 주된 분석 대상은 대한민국이며, 2000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의 월별 및 분기별 시계열 데이터를 구축한다. 연구 결과의 국제적 강건성(Robustness) 비교를 위해 미국(Fed) 및 일본(BOJ)의 동기간 데이터를 보조적으로 병행 수집한다.
  • 통화 유동성 변수 군:
    • 한국은행 ECOS를 통한 단순 합산 본원통화, M1, M2, Lf 평균잔액 데이터.
    • 한국은행 통계 및 시중 은행의 자산별 수익률 데이터(요구불예금 금리, 정기예금 금리, CD 금리, 국고채 수익률, 회사채 금리 등)를 매핑하여 연구팀이 자체 구축하는 한국형 디비지아 지표 세트 (Divisia M1, Divisia M2, Divisia Lf).
  • 실물 거시경제 및 금융 지표 군:
    • 실물 지표: 명목 및 실질 GDP(월별 보간법 적용), 광공업생산지수, 경기동행 및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
    • 금융 지표: 국고채 장단기 금리차(10년물 - 3년물/1년물), 콜금리, 기준금리, 예금은행 예대마진, 민간 부문 신용 창출액.
  • 더미 및 통제 변수 (Structural Breaks):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외생적 거시 충격 시기와 한국은행의 주요 통화 편제 개편 시점 등에 대한 구조적 단절(Structural break) 통제용 더미(Dummy) 변수를 설정한다.

4. 분석 절차 및 실증 모형 구축

제1단계: 한국형 디비지아(Divisia) 통화 지표의 설계 및 구축 산출

한국은행의 2000년 이후 자산별 통화 구성 항목 데이터와 해당 자산들의 시장 수익률을 1:1로 매핑하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사용자 비용 산출을 위한 벤치마크 금리($R_t$)는 시중 최고 수익률을 보장하면서도 유동성 프리미엄이 완벽히 배제된 안전 자산 수익률(예: 비금융 우량 회사채 수익률 또는 장기 국고채 수익률의 외락선, Upper envelope)로 정의한다. 이산 시간 체계에 최적화된 토른크비스트-타일(Törnqvist-Theil) 지수 근사식을 사용하여 매월 유동성 서비스 흐름의 증감률을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형 Divisia M1, M2, Lf 지수를 시계열화한다.

제2단계: 시계열 안정성 검정 및 장기 균형 공적분 분석 (Johansen Cointegration)

수집된 방대한 통화 지표들(단순 합산 vs 디비지아)과 실물 변수들 간에 통계적 착시인 허구적 회귀(Spurious regression)가 발생하지 않도록 ADF(Augmented Dickey-Fuller) 및 PP(Phillips-Perron) 단위근 검정을 철저히 실시한다. 검정 결과 대다수 거시 변수들이 1차 누적 $I(1)$ 계열로 판명될 경우, 통화량 지표와 명목 소득 간의 장기적 균형 관계(화폐 수요 함수의 장기적 안정성)를 확인하기 위해 요한슨 공적분 검정(Johansen Cointegration test)을 수행하고 벡터오차수정모형(VECM)을 추정한다. 이를 통해 디비지아 지표가 단순 합산 지표에 비해 장기 화폐 수요 함수의 안정성을 얼마나 향상시키는지 입증한다.

제3단계: 유동성 괴리와 실물 경제 간의 동적 충격 인과성 검증 (SVAR 추정)

단순 합산 기반의 통화 괴리(예: M2 - M1 간격 확대)와 디비지아 지표의 내생적 변동성이 생산과 물가 등 실물 경제에 미치는 동태적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구조적 벡터자기회귀(SVAR) 모형을 설계한다. 충격 반응 함수(Impulse Response Function, IRF)와 예측 오차 분산 분해(Variance Decomposition) 분석 기법을 적용하여, 기준금리 인상 충격이 발생했을 때 결제성 유동성(M1)의 급격한 수축과 저축성 자산(M2)의 팽창 괴리가 실물 경제의 생산 둔화로 이어지는 시차(Time Lag)와 충격의 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시각화한다.

제4단계: 사용자 비용 격차를 반영한 Probit 침체 확률 예측 모형의 심화 확장

마지막 단계로 경제 침체 예측 모형을 구축한다. 뉴욕 연준의 에스트렐라와 미시킨(1998)이 확립한 고전적인 Probit 모형의 틀을 차용하되, 단순 이자율 차이 외에 통화 지표의 질적 괴리를 수치화한 '디비지아 사용자 비용 격차(User Cost Spread)' 변수를 독립 변수로 전격 편입하여 모델을 진화시킨다.

Probit 기반의 경제 침체 확률 추정 방정식 형태: $P(\text{Recession}_{t+k}) = \Phi(\beta_0 + \beta_1 \text{YieldSpread}_t + \beta_2 \text{UserCostSpread}_t + \beta_3 \Delta \text{DivisiaGap}_t)$ (여기서 $\Phi$는 표준 정규 누적 분포 함수, $k$는 12개월 또는 24개월의 선행 시차)

이 고도화된 모델을 통해 장단기 금리차의 역전 현상뿐만 아니라, 통화 지표의 유동성 성격이 구조적으로 왜곡되는 시점(예: 결제성 자금 고갈 및 고금리 상품 쏠림 심화)에 12~24개월 후 경제 침체 발생 확률(Recession Probability)이 어떻게 요동치는지 계량화하고 예측한다.

결론: 정책적 시사점 및 미래 거시경제 분석을 위한 제언

본 보고서를 통해 역사적 데이터와 거시경제적 메커니즘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본 결과, M1, M2, M3 등 층위를 달리하는 통화 지표 간의 간격 변화는 단순한 총유동성의 팽창이나 수축을 넘어, 자금 혈류가 실물 경제의 모세혈관 끝까지 원활하게 순환하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치명적인 '거시경제의 혈압계' 역할을 수행함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초반 미국의 인플레이션 억제 과정에서 초래된 이중 침체,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일본이 겪은 신용 경색과 잃어버린 30년의 진입, 그리고 2008년 리먼 사태 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거대한 경제적 폭풍의 전야에는, 예외 없이 이들 통화 지표 간의 극단적인 괴리와 왜곡 현상이 뚜렷하게 도사리고 있었다.

특히 최근 한국 경제에서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통화승수의 추세적 하락 현상, 고금리 혜택을 좇아 단기 금융 상품으로 쏠리며 팽창하는 광의통화(M2)의 이면, 그리고 이에 극명하게 대비되는 화폐유통속도의 사상 최저 수준 정체 현상은, 시중 유동성의 양적인 풍부함이라는 통계적 착시 이면에 실물 자금 순환의 질적 악화와 상업은행 신용 매커니즘의 심각한 경색 가능성이 임박했음을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통화의 유동성 성격이 실시간으로 요동치고 혁신 금융 상품이 만연한 현대 경제에서, 구성 항목 간 완벽한 대체성을 가정한 채 모든 금액을 단순하게 더해버리는 구시대적인 단순 합산 방식의 지표는 거시경제 분석에 심각한 왜곡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굿하트의 법칙과 바넷 비판, 그리고 루카스 비판이 이론적·역사적으로 뼈아프게 지적하듯, 오류가 있는 지표에 기반한 화폐 수요의 통제와 정책적 의사결정은 필연적으로 불안정성을 증폭시키고 위기를 가속화한다.

따라서 본 보고서에서 제안한 심층 연구 계획에 따라, 경제 주체들이 체감하는 유동성의 실제 서비스 가치를 정교하게 가중 평균하여 산출한 한국형 디비지아(Divisia) 통화 지표를 신속히 구축해야 전한다. 나아가 이 디비지아 지표에서 파생되는 사용자 비용 격차를 전통적인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 등과 결합하여 첨단 계량 예측 모형을 완성한다면, 현재 한국 경제가 내부 깊숙이 품고 있는 침체의 뇌관을 보다 정확하고 선제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통화 당국과 거시경제 정책 입안자들은 본 연구 모델을 통해 도출될 결과물을 바탕으로, 겉으로 드러난 통화량의 증가 숫자에 안도할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신용 둔화의 본질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통화량 지표의 구조적 괴리는 경제의 체력 저하를 알리는 정직하고 냉혹한 시그널이다. 시장에 닥칠 잠재적 위기를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연착륙을 유도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그 지표 간의 간격 속에 은밀하게 숨겨진 유동성 대이동의 암호를 우리가 얼마나 과학적이고 정교한 분석 틀을 통해 해독해 낼 수 있는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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