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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틸이 엔비디아 다 팔고 바다로 가는 진짜 이유

Project WeJump Earth

[에세이] 억만장자는 왜 바다로 떠나려 하는가: 피터 틸과 지구 해킹(Earth Hacking)

엔비디아(Nvidia)가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던 지난 9월, 실리콘밸리의 '대부' 피터 틸(Peter Thiel)은 자신이 가진 엔비디아 주식을 전량 매도했습니다. 대중은 웅성거렸습니다. "고점 신호인가?", "AI 거품이 꺼지나?"

하지만 저는 그 뉴스를 보며 전혀 다른 상상을 했습니다. "이 사람은 지금 주식을 판 돈으로 요트를 사려는 게 아니다. 그는 지금 '국가'를 쇼핑하고 있다."

1. 땅이 싫어 바다로 간 억만장자

피터 틸은 단순한 투자자가 아닙니다. 그는 페이팔(PayPal)을 만들어 화폐 시스템에 도전했고, 팔란티어(Palantir)를 통해 국가 정보망을 장악했습니다. 그런 그가 오랫동안 집착해 온 기이한 프로젝트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시스테딩(Seasteading)'입니다.

"기존의 국가는 고장 났다. 민주주의는 더 이상 자유를 보장하지 못한다."

그는 오래전부터 이렇게 주장하며, 공해상에 거대한 인공 구조물을 띄우고 그 위에 어떤 정부의 간섭도 받지 않는 새로운 해상 국가를 건설하려 했습니다. 세금도, 규제도, 정치인의 포퓰리즘도 없는 바다 위의 유토피아. 사람들은 미친 짓이라 비웃었지만, 그는 진심이었습니다.

최근에는 그의 후원을 받는 벤처 캐피털(Pronomos Capital)이 '프락시스(Praxis)'라는 프로젝트에 투자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지중해 어딘가에 서울 여의도만 한 땅을 확보해,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독자적인 계획 도시를 짓겠다는 구상입니다. 고전적인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에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말 그대로 SF 영화 속 미래 도시를 짓겠다는 것이죠.

대체 왜 이 천재적인 억만장자는 멀쩡한 미국 땅을 놔두고 바다로, 황무지로 떠나려 하는 걸까요?

2. "경쟁은 패배자나 하는 것이다"

그 답은 그의 저서 <Zero to One>을 관통하는 한 문장에 있습니다.

"Competition is for losers. (경쟁은 패배자나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경쟁이 좋은 것이라고 배웁니다. 경쟁해야 가격이 내려가고, 품질이 좋아지고, 사회가 발전한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피터 틸은 이를 '시스템의 버그(Bug)'로 봅니다.

그가 보기에 현재의 지구 시스템(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은 80억 인류가 한정된 자원을 놓고 서로 물어뜯는 거대한 '마이너스 합(Negative-Sum) 게임'입니다. 기업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출혈 경쟁을 하고, 정치인은 표를 얻기 위해 대중의 공포를 자극합니다. 이 소모적인 아수라장에서 '진정한 혁신(Zero to One)'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그는 탈출(Exit)을 꿈꾸는 것입니다. 낡은 운영체제(OS)가 깔린 이 땅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아예 포맷된 하드웨어(바다, 황무지)를 찾아 자신만의 OS를 깔겠다는 '해커(Hacker)'의 마인드인 것입니다.

3. 당신이 떠날 수 없다면, 시스템을 고쳐라

하지만 우리 모두가 지중해의 인공 도시로 이주할 수는 없습니다. 피터 틸이 '공간의 탈출'을 꿈꾼다면, 저는 이곳에 남아 '시스템의 패치(Patch)'를 꿈꾸는 몽상가입니다.

제가 최근 구상했던 <AI 사고 실험: Project WeJump Earth>는 피터 틸의 진단과 놀랍도록 맞닿아 있습니다.

  • 틸의 '독점(Monopoly)' vs 나의 'AI 통치(Technocracy)' 피터 틸은 경쟁을 없애기 위해 '압도적 기술 독점'을 지지합니다. 저 역시 인간 리더들의 자아(Ego)가 빚어내는 비효율적 전쟁을 끝내기 위해, '초국가적 AI'에게 통치 권한을 이양하는 상상을 합니다. 트럼프나 푸틴의 기분 따위에 내 주식이, 내 삶이 흔들리지 않는 세상. 그것은 독재가 아니라 '완벽하게 효율적인 관리'입니다.
  • 틸의 '탈출' vs 나의 '감가상각 화폐' 틸은 자본이 썩지 않고 무한히 증식하려는 욕망이 세상을 망쳤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는 아예 시스템 밖으로 나가려 합니다. 자본이 썩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은 저의 생각과 일치합니다. 그리고, 저는 시스템 안의 돈을 썩게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감가상각 화폐'를 도입해, 쌓아두는(축적) 행위를 원천 봉쇄하고 강제로 흐르게(순환) 만드는 것입니다.

결국, 그와 저의 결론은 같습니다. "인간의 탐욕과 본성에 맡겨두기에, 이 지구라는 시스템은 너무나 위험해졌다."

4. 에필로그: 우리는 모두 설계자다

피터 틸이 엔비디아를 판 이유는 단순히 AI 거품이 무서워서가 아닐 겁니다. 그는 남들이 다 하는 게임(경쟁)에 끼어드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하니까요. 모두가 AI 칩을 사려고 줄을 서는 순간, 그는 조용히 줄을 이탈해 자신만의 성(Castle)을 짓으러 떠났습니다.

우리는 억만장자가 아니기에 지중해에 도시를 지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사고(Thinking)'의 영역에서는 누구나 설계자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일상을 갉아먹는 경쟁, 불안, 그리고 시스템의 부조리함. 그것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시스템의 부품이 됩니다. 하지만 "이건 버그야, 고쳐야 해"라고 인식하는 순간, 우리는 설계자가 됩니다.

피터 틸은 바다 위에, 저는 글 위에 새로운 세상을 짓습니다. 당신은 오늘 어떤 버그를 발견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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