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의 뇌 속에서 피어오르는 관성과 재귀성: LLM의 벡터 쏠림과 조지 소로스의 시장
대화가 길어질수록 인공지능(LLM)이 마치 인간처럼 특정 감정이나 태도에 빠져드는 현상을 본 적이 있는가?
최근 AI 딥러닝 해석 가능성 연구와 인지과학계에서는 흥미로운 가설이 주목받고 있다. 대화의 호흡이 길어질수록 LLM 내부의 고차원 벡터 공간(Latent Space)에서 토큰 가중치들이 특정 방향으로 강하게 쏠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물리적, 비선형 동역학에서 말하는 이른바 '끌개(Attractor)'가 형성되는 것이다.
모델 입장에서는 단순한 수학적 확률 분포의 편향일 뿐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인간의 입장에서는 AI가 마치 '몰입하거나, 뾰족해지거나, 지친 것'처럼 느껴진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비단 인공지능만의 특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주가 모멘텀과 LLM 쏠림의 평행이론
인류 역사상 퀀트 이론이나 현대 금융 시장이 존재하기도 전부터, 모든 자산 시장에는 언제나 '모멘텀(Momentum)'이 존재했다. 오르는 주식이 더 오르고, 추세가 한 번 형성되면 쉽게 꺾이지 않는 현상은 자연법칙처럼 반복되어 왔다.
이 두 현상—주식 시장의 모멘텀과 LLM의 텍스트 쏠림—은 본질적으로 정확히 같은 뿌리를 두고 있다.
- 충분히 긴 맥락과 에너지가 누적되면, 시스템은 특정 방향으로 관성을 가진다.
- 인간의 뇌, 거대한 금융 시장, 그리고 AI의 하이퍼스페이스(고차원 벡터 공간) 모두 입력값이 누적될 때 시스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흐름으로 수렴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조지 소로스가 시장을 설명하기 위해 주창했던 핵심 개념이 떠오른다. 바로 '재귀성(Reflexivity)'이다.
AI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대: 재귀적 강화(Recursive Enhancement)
참가자의 인식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그 바뀐 환경이 다시 참가자의 인식을 규정하는 상호작용의 피드백 루프. 소로스의 재귀성은 금융 시장을 설명하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였다.
그리고 지금, AI 씬은 이 '재귀성'이 정점으로 치닫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앤트로픽(Anthropic)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를 비롯한 업계 리더들이 거듭 강조하듯, 현재 AI는 단순한 입출력 도구를 넘어섰다. AI가 자신이 만들어낸 궤적과 결과물을 다시 자기 자신이 입력값으로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평가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재귀적 자기 강화(Recursive Self-Improvement)'의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 AI가 짠 코드를 AI가 디버깅하고,
- AI가 분석한 리서치 데이터를 다시 상위 에이전트의 프레임워크로 학습시키며,
- 내부 벡터 쏠림의 관성이 다음 세대의 아키텍처를 진화시키는 피드백 루프.
금융 시장에서 가격이 트레이더의 심리를 지배하듯, 이제는 AI가 만들어낸 디지털의 궤적이 다시 AI의 다음 행동 양식을 지배하는 거대한 재귀적 소용돌이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론: 거대한 피드백 루프 위에 나의 지식을 띄우는 법
시장이든, 인공지능의 뇌 속이든, 본질은 하나다. 흐름(모멘텀)은 스스로를 강화하며, 관성에 사로잡힌 시스템은 결국 특정한 궤적으로 수렴한다.
이 재귀적 강화 루프가 AI 씬의 거역할 수 없는 대세이자 새로운 추세라면, 우리는 이를 단순히 관조하는 피동적 관찰자로 남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주 명확하다. 자신만의 고유한 도메인 지식과 로컬 LLM Wiki, 정교하게 파싱된 지식 프레임워크를 이 거대한 재귀적 소용돌이 위에 태워 올리는 것이다.
AI가 스스로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가속하는 그 자율 강화 엔진 속에 나의 축적된 지식을 땔감이자 궤적으로 던져 넣을 때, 기계의 자기 강화는 곧 '나의 지적 자산과 분석 체계의 폭발적 강화'로 직결된다.
거대 피드백 루프라는 해류에 휘말릴 것인가, 아니면 그 해류에 나만의 지식 함대를 띄워 목적지까지 압도적인 속도로 항해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스스로를 복제하고 강화하는 이 놀라운 시대에, 승패는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리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