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논쟁에서든 유독 '있어 보이는' 비판이 있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자신은 이미 남들보다 한 수 위에 있는 듯한 기분을 주는 말.
투자 전략의 세계에서 '백테스트(Backtest)'는 바로 그런 비판을 위한 완벽한 먹잇감이다.
"과거 데이터일 뿐이잖아요." "미래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그거, 과적합(overfitting) 아닙니까?"
그들은 '표본 편향'을 묻고, '데이터 구간'의 적절성을 의심한다. '리밸런싱 주기'나 '상관 구조' 같은 용어를 섞어 쓰면 효과는 배가 된다. 마치 자신만이 이 숫자놀음의 함정을 꿰뚫어 본 현자라도 된 것처럼.
그 기분, 나도 안다. 솔직히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폼 나는 비판을 해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나는 가끔 그들에게 조용히 되묻고 싶어 진다.
"좋습니다. 그럼, 백테스트가 필요 없는 완벽한 전략을 하나만 만들어 주시겠어요?"
이 질문 앞에서 모든 날카롭던 비판은 순간 침묵에 잠긴다. 전설적인 투자자도, 천재 퀀트 개발자도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
미래는 누구도 증명할 수 없기에.
이 지점에서 우리는, 어쩌면 많은 이들이 백테스트의 본질을 완전히 오해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들은 백테스트를 '미래를 맞히는 수정 구슬'로 착각하고 있다. 그러니 "미래를 못 맞히잖아!"라는, 동문서답 같은 비판만 반복하는 것이다. 미래를 맞힐려고 한 것이 아닐텐데도 맞추느냐 못 맞추느냐의 토론이 된다. 결국 말에서 말로 끝나는 싸움일 뿐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실행할 수 있는 기준선과 멈출 수 있는 기준선이다. 그래야 손실이 줄어드니까..
결론은 현대 전략가들에게 백테스트는 그런 예언의 도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려고 백테스트를 하는 게 아니다. 미래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구조'를 만들기 위해 하는 것이다.
이 차이를 아는 것이 핵심이다.
백테스트는 이 전략이 과거에 걸어왔던 '길'을 보여준다. 어떤 험난한 길을, 어떤 최악의 시나리오를 겪었는지 보여주며 우리를 보수적으로 만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가 앞으로 따라가야 할 '기준선'을 제공한다.
전략을 짠다는 건, '미래 예측'이 아니라 '대응 시나리오'를 짜는 행위다.
- 가설을 세우고, 백테스트로 최소한의 논리를 검증한다. (길을 닦는다)
- 시장에 런칭한다. (길 위로 올라선다)
-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길에서 벗어나지 않는지)
- 전략이 닦아놓은 그 '길'의 추세에서 이탈하면?
그때, 멈춘다. 그뿐이다. 아주 심플하다. 운용 규모를 줄이든, 다른 잘 가는 전략에 힘을 싣든, 다음 '대응'으로 넘어간다. 구조는 오히려 더 안전해진다.
"백테스트는 미래를 보장하지 못하니까 안 된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전략을 직접 만들고, 운용하고, 실패하고, 멈춰본 그 '토 나올 듯한' 과정을 겪어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전략을 직접 설계하고 피 같은 돈을 굴려본 사람들은 이런 피상적인 질문에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그들은 안다. 진짜 승부는 백테스트 리포트의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기반으로 실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대응의 영역에 있음을.
백테스트를 비판하며 얻는 그 잠시의 우월감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다시 돌아올 질문을 애써 외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 당신은 미래를 증명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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